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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회사, 새로운 기분

shhyun shhyun 2018. 1. 14. 20:58

누가 그러더라. 이직할때 중요한 부분은 기존 회사에서 본인이 갖고 있었던 불만 사항에 대해 해소가 가능한지, 나머지 부분이 더 좋아지는 부분이 있을지를 잘 생각해봐야한다고.


그래서 정리해보기로 생각했다. 나는 대체 무엇이 불만이어서 회사를 이직하고자 했는가?


1. 업무 특성

기존 회사는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회사로서, 고 위험군에 속하는 산업용 솔루션 연구 개발이 주요 업무가 된다. 여기서 산업용 솔루션이라함은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되어야 하며, 오작동 시에 인명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로 인하여 대부분의 업무가 몇 년에 걸쳐 검증이 완료된 것들이 아니면 연구 개발을 진행하기 꺼려하며, 이러한 특징으로 개발에 사용되는 대다수의 기술들이 사실 2010 년 이전에 개발이 완료된 기술 들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대학원때 부터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우고, 적용하고, 제품화하고, 이런 일들을 반복적으로 해오던 나로서는 계속적으로 새롭게 뭔가를 배우고 적용하는 일을 시도해볼 수 없는 환경이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한 제품을 개발하면 10년 정도의 싸이클을 갖기 때문에 남들에게는 꿈 같은 회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10년안에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힘든일이 발생하니 정말 그 뒤가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또한, 개인적인 성장의 욕구를 만족시키기에 너무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다 보니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요약하자면, 첫째, 산업용 솔루션이기 때문에 반드시 검증된 일들만 진행해야한다는 것, 둘째, 그로 인하여 새롭게 개발하는 행위에 수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점. 이러한 부분으로 새로운 일들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찾게 되었다.


2. 회사 분위기

나는 2012년 처음 입사한 이후로 약 5년간 회사에서 겪을 수 있는 풍파는 다 겪어본 것 같다. 부서 배치의 이동, 업무의 갑작스러운 변경, 분사, 불합리한 계약으로 인한 급여 미지급 등 이러한 일들을 다 겪고나니 회사에 대해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그런데 이 부분이 내가 직접적으로 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점은 아니다. 내가 직접적으로 퇴사를 결심한 계기는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이 새로운 것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열심히 자료 정리하고,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이러한 일들을 같이 해보자고 메일을 보내고나면, 돌아오는 건 하지 말아야하는 이유와 비아냥이었다. 이러한 부분들이 지속되고 나니, 의지도 계속 꺾이고, 집에서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면, 난 한도 끝도없이 화를 내고 있었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던 조직과 회사에 대해 내가 왜 그러고 있었던 것일까?


3. 미래

2번에 언급한 내용으로 인해, 조직 내에 구심점은 없어진 지 오래고, 이미 모두들 퇴사를 결심한 듯한 행동들만 보였다. 어쨌든 버텨나가기 위해서 선택해야할 내용은 그래도 조직을 하나의 목표를 위해 뭉치고, 모두가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일들이라 생각했지만, 그 누구도 그러지 않았다. 팀장들은 하나 같이 열심히를 외치지만, 방향성과 결정은 없었다. 현상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니 다음은 늘 없었다. 내년도 과제라고 제시하는 내용에 기존 내용에 대한 개선점은 제외해버리고, 그대로 현상이나 어떻게든 유지하자는 과제를 잡아놓고 그대로 모든걸 추진하고 있었다. 어느곳을 가더라도 이 부분은 다르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견디기 힘들만큼의 스트레스로 지속적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4. 유지보수

1, 2, 3 번을 종합하여 결국 미래를 대비하기 보단 현재를 잘 유지해보자는 쪽으로 모든 가닥이 잡혀가니, 결국 매일매일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지보수가 내 모든 업무의 80%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디버깅 실력은 좋아지고 코드 리딩능력은 좋아진다고 할 수 있었지만, 사실 이것은 연구원 혹은 개발자로서의 능력으로서는 크게 도움될만한 부분이 아니다. 내가 갖고 있었던 장점은 계속 버려야했고, 조직 내 목표를 위해 팀의 리더가 내 장점에 맞는 업무를 맞춰줄 수 있었음에도, 나는 지속적으로 유지보수에만 모든 업무역량을 집중해야만 했었다.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 5년간을 유지보수에만 매진하니,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점점 심해져서 혼자서 이것저것 시도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그걸 응원해주고 같이 함께하던 동료들마저 이직하고 나니, 아군도 없었다.


위와 같은 일들이 내가 이직을 결심하게된 가장 큰 계기다. 연봉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다. 물론 중간에 받을 돈을 2천 이상 못받고 퇴사를 결심했지만, 내 인생 전체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 것인가? 크다면 클 수 있지만, 난 지금 받는 연봉도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8시 출근해서 5시에 칼퇴근해도 되는 분위기 또한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차장 이상의 분들을 보면 보통 7시나 8시에 퇴근하는 분위기긴 하다..)

그런데 내가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도무지 마음 둘만한 곳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미래에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언제까지 이런 유지보수만 해야하는가에 대한 불만만 계속 쌓이는 상태는 퇴사를 결심하는데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이제 이직을 하게 되었고, 내일 첫 출근이다. 그곳에서 벌어지게 될 일들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가지만, 마찬가지로 언젠간 실망하게될 것이고, 좌절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자. 후회를 하게 될지, 더 즐거운 나날을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발 내 딛었고,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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